시나리오 플래닝은 보통 ‘나 자신의 문제’, ‘우리 회사의 문제’ 해결에 사용되는 일종의 의사결정기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경쟁사가 어떤 전략을 취할지 미리 알아보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쟁자의 전략을 추정해보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플래닝과 동일합니다. ‘경쟁자의 입장’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한다는 것만 다르죠.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가상의 예를 들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제품을 독점으로 생산 판매하는 회사라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런데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외국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정부에서 국내 기업을 위한 특혜를 영업활동을 법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는 별탈 없이 영업을 해오고 있지만 외국회사가 들어오면 상황이 나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겠죠.

이제 여러분을 외국회사의 입장으로 설정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어떻게든 국내에 진출하여 수익을 꾀하려고 할 겁니다. 그래서 정부에 로비를 벌여 국내 회사를 보호하는 법을 폐지할 것을 종용하거나 자기네 회사에게도 특별한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겠죠.

만일 정부가 완강히 버틴다고 해도 외국회사는 법을 피해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기업 하나를 M&A 하고 그 회사를 통해 국내에 진입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방법보다는 정부가 법을 폐지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이 외국회사가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국내 진입에 나설지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 보면 짐작이 가능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려면 먼저 주제가 되는 '핵심이슈'를 정해야 합니다. 외국 회사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핵심이슈로 정했을 겁니다.

핵심이슈 : 우리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한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

외국 회사가 이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에 따르면 의사결정요소를 도출하고 변화동인을 규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예에서는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곧바로 핵심변화동인을 설정해 보겠습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다음의 2가지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불확실한 핵심변화동인일 겁니다.

핵심변화동인 1 : 고객의 정서 : 한국 기업을 선호할까, 외국 기업을 선호할까?
핵심변화동인 2 : 정부의 협조 : 협조적일까, 비협조적일까?

이 2개의 핵심변화동인으로 4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하면 다음과 같겠죠.

    시나리오 No.

고객의 정서

정부의 협조

          1

    한국기업 선호

        협조적

          2

    한국기업 선호

        비협조적

          3

    외국기업 선호

        협조적

          4

    외국기업 선호

        비협조적


이 4개의 시나리오에 대해 외국 회사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 위의 핵심이슈에서 정부로부터 진입 억제를 받는 상황을 전제했으므로, 다음과 같은 3가지 전략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3개의 전략대안만 고려하겠습니다.

전략대안 1 : 국내 진출 포기
전략대안 2 : 직접 진출
전략대안 3 : 국내기업을 통한 우회적인 진출

외국 회사는 과연 위에서 정한 3개의 전략대안 중에 무엇을 택할까요? 전략대안들과 시나리오들 간의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먼저 '적합도 판단기준'를 결정해야 합니다. 다음의 2가지를 적합도 판단기준들로 채택될 수 있을 겁니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안정적 시장점유율 확보 가능성
적합도 판단기준 2 : 안정적 이익 확보 가능성

이 적합도 판단기준에 따라 각 전략대안의 적합성을 평가해 보겠습니다. 산업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평가하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결과가 다음과 같이 나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안정적 시장점유율 확보 가능성'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국내진출 포기

전략 2 : 직접 진출

전략 3 : 우회적 진출

국내 선호  협조적

2

2

2

국내 선호  비협조적

2

1

2

외국 선호  협조적

1

3

3

외국 선호  비협조적

1

3

3

합계

4

9

10

( 1 : 적합하지 않다/관련 없다    2: 적합한 편이다    3: 아주 적합하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안정적 이익 확보 가능성'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국내진출 포기

전략 2 : 직접 진출

전략 3 : 우회적 진출

국내 선호  협조적

2

2

3

국내 선호  비협조적

2

1

2

외국 선호  협조적

1

3

3

외국 선호  비협조적

2

2

2

합계

7

8

10

( 1 : 적합하지 않다/관련 없다    2: 적합한 편이다    3: 아주 적합하다)

각 표의 합계 점수를 합산해 보면, '국내기업을 통한 우회적인 진출' 전략이 가장 최고의 전략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외국 회사가 정부의 협조를 못 받을 경우에 국내진출을 포기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시나리오 플래닝이 지양해야 할 부분입니다. 또한 경쟁자가 최고가 아닌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쟁자가 어떤 전략을 최고의 전략으로 취할지를 미리 추정해보는 일은 의미가 있습니다. 미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속도가 중요시되는 기업환경에서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번다는 것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사례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을 경쟁자의 입장에서 수행함으로써 상대방이 쥔 패를 미리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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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나리오 공부중 2010/08/16 1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시나리오 플래닝을 공부중인 학생 입니다.

    여러가지 사례를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풀어 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한가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바로 적합도 평가를 하는데 있어 너무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 간다는 부분입니다. 본문에도 적혀 있듯이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 질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는 예제를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분석적으로(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 하지 않았기 때문인것인가요?

    같은 주제로 다양한 집단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진행 하였을때 각기 다른 핵심 변화동인이 도출되고 다른 시나리오가 그려 질수 있는 건지 (물론 제 생각은 "그럴것이다" 지만)

    이러한 결과는 어쩔수 없는 것인지.... 정말 너무 고민 스럽습니다.


    진행 하는 집단이나 그룹의 판단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 질수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면 진행 하는데 의미가 없지 않냐는 구성원들의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이에 대한 답변 부탁 드립니다.

  2. 한 때 시나리오플래닝 꾸준히 했던사람 2010/08/27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학회에서 케이스 분석을 했었을 때, 항상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법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이었죠,

    시나리오 플래닝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안 평가 부분은, 평가 항목들과 평가 항목들에 대한 가중치 부여로 좀 더 정밀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합도 판단기준 = 평가 항목 이라고 생각 됩니다.

    평가 항목들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대안에 이 항목들이 똑같은 기준치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팀원들 간에 협의, 조율을 통해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기준치를 가중해 주는 방법을 사용하면 주관적인 판단을 줄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 항목들의 수를 늘려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08 김충현


다음의 문제를 풀어 보기 바랍니다.

- 마틴 루터 킹의 사망 당시 나이는             세에서           세 사이라고 90% 이상 확신한다.
- 나일강의 길이는                                    Km에서          Km 사이라고 90% 이상 확신한다.
- OPEC 가입국의 수는                             개국에서        개국 사이라고 90% 이상 확신한다.
- 달의 지름은                                          Km에서          Km 사이라고 90% 이상 확신한다.
- 보잉 747의 자체 무게는                         Kg에서           Kg 사이라고 90% 이상 확신한다.
- 아시아 코끼리의 임신기간은                   일에서           일 사이라고 90% 이상 확신한다.

혹시 이 문제의 모든 정답을 아시는지요? 아마 극소수를 제외하고 정답을 정확히 아는 분은 없으리라 짐작됩니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문제를 풀어보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행동했습니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정답이 무엇일까 궁리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OPEC 가입국의 개수를 묻는 질문에 "주로 중동 쪽에 회원국들이 많을 거야. 내가 볼 때 그쪽 지역의 국가 수는 대략 OO개국이니까..."라는 식으로 생각을 전개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위의 문제엔 작은 함정이 있습니다. 딱 떨어지는 정답을 말하라는 게 아니라 90% 확신할 수 있는 구간을 말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문제의 정답을 '0 에서 1억 사이'라고 답하면 그게 바로 정답입니다.

실제로 위의 문제를 심리학자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실험한 결과, 많은 피실험자들이 답(예를 들어 0 에서 1억 사이)을 말하지 못하고 딱 떨어지는 정답이 뭘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문제를 대할 때에도 머리를 쓰기 시작함을 뜻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머리를 '굴리면'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의 예측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예측력은 동물들보다 뛰어납니다.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지식과 기술의 힘으로 기상(날씨)과 같은 복잡한 현상을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예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지요.

하지만 예측력은 '예측할 수 있는 것'에만 유효합니다. 위에서 제시한 문제처럼 (짧은 시간 내에) '예측할 수 없는 것'에는 인간이 가진 예측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런 문제에 예측력을 발휘해서 힘을 낭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은 대개 그 안에 내포된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럭비공처럼 불확실한 '모양'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주가나 환율 등도 불확실성에 지배를 받는 변수라서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죠. 

예측력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면 그런 상황이 예측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때에만 예측력을 발휘해야 하죠.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을 때  개인이나 기업의 불행이 시작됩니다. 손 쓰지 못할 위험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잘 구분하는 능력이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지혜입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요즘 세상에서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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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저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2010년의 기업환경에 대해 많이들 불안하게 느끼나 봅니다.

그런데 고객 분들이 문의를 할 때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좋은 기법이란 것은 알겠는데, 우리 회사가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만한 상황인가요?", "우리 회사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이 꼭 필요할까요?"란 질문을 항상 곁들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필요성과 유용함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간단하게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 다음의 각 항목이 여러분의 회사에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한가"  체크 리스트

1. 지금까지 해 왔던 예측이 자주 빗나가서 타격이 컸다.

2. 조직이 관료적이고 부서 간 벽이 높다.

3. 기능 통합적인(Cross Functional) 조직이 잘 운영된 적이 없다. 

4. 산업이나 회사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5. 그런 변화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감잡을 수 없다.

6. 미래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는 씽크탱크 조직이 없거나 미약하다.

7. 환경과 경쟁사가 변하고 난 후에야 뒤따라가는 경영 관행이 존재한다.

8. 의사결정이 임박한 중대한 사안이 있다.

9. 전략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고 그 차이가 크다.

10. 경쟁사가 시나리오를 통해 의사결정하는 중이다.

11. 매년 사업계획이 요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돌발변수를 대응하지 못한다.

12. 미래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13. 외부의 힘(정부, 경쟁자, 고객, 공급자 등)들이 가하는 위협이 크다.

14. 산업의 특성상 매출이나 이익의 등락이 심한 편이다.

이 14개의 항목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한 개수가 8개 이상이면,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여 조직의 '미래 대비 역량' 강화하고, 전략의 환경 불일치로 인한 '전략 리스크'를 대비할 것을 권합니다.

전략 리스크 대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간단한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합니다. 로열 더치 셸,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 되어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만한 역량이 된다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뭐, 작은 회사인 걸요?"라고 말하면서 뒤로 물러납니다. 하지만, 그들의 오늘을 만든 성공요인 중 하나는 바로 전략 리스크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즉 시나리오 플래닝이었습니다. 

"회사가 역량이 되어야만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시나리오 플래닝을 함으로써 미래의 적응 역량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라는 방향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불확실성을 끌어 안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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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1 라디오 (FM 97.3 MHz) '성공예감, 김방희 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주제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2009년 2월 2일 08:40).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사회자 멘트 : 오바마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구제금융과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좀 안정되나 싶었던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가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이런 불확실한 금융과 경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좀 안정됐다 싶으면 다시 불안정해지는 걸 반복하는 건데요. 여기에 일희일비하다가는 오히려 큰 흐름을 놓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경영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 큰 그림을 보고, 각각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고 제언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할까요? 최근과 같은 금융과 경제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의 대응 방안은 어때야 하는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를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1. 요즘 경제와 관련해서는 불확실하다는 얘기밖에 안 하게 되는데요. 경영에서는 불확실성이나 위험, 확실성 같은 것을 구분한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구분이 됩니까?

제가 볼 때 불확실성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가령 “우리 회사가 언제 위태해질지 불확실하다’라는 말처럼 불확실성이란 말을 보통 불안하다, 위험하다, 이런 의미로 쓰는데요, 사실 불확실성이란 말은 그런 뜻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똑같이 2분의 1 이죠? 이처럼 확실하게 어떤 면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 이런 것이 불확실성의 의미거든요.

따라서 불확실성은 좋게 될 수 있고 나쁘게 될 수도 있는 확률이 정확히 반반일 때가 가장 큰 것이죠. 불확실성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을 수도 있는 것이죠. 따라서 위험이나 리스크는 불확실성 그 자체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큰 요소를 지나쳐버렸을 때 받게 되는 잠재적인 손실로 봐야 합니다.

신문을 보면 불확실성이 증폭된다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데요, 그것은 불안감의 표현이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불확실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불확실하기 때문에 잘 대비하지 않으면 위험이 커진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2. 현재의 금융과 경제 상황의 경우는 얼마나 불확실하고, 또 위험한 상황입니까? 우리나라의 경우를 좀 분석해보자면요. 어떤 분들은 바닥을 쳤다는 분들도 계시고, 아니다. 바닥이 온다는 분도 계신데.

저는 현재가 바닥일 수도 있고,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불확실하기 때문인데요, 2007년과 2008년에 하락을 했으니 2009년에 바닥을 찍고 올라갈 거란 의견이 힘을 얻는 것 같구요, 반대로 지금의 경제 위기가 전무후무하게 전 세계적이라서 과거와 패턴 자체가 다를 거란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지금이 위험한 상황이라기보다는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미국 중심의 경제가 다극화되는 현상을 보일 거구요, 지구온난화와 자원 고갈에 따라 지속가능 경제가 중요하게 대두될 겁니다. 기존의 패러다임과 기존의 경제지표로 보면 바닥이냐 아니냐가 중요할지 모르지만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경제의 지속가능성, 환경의 질, 소득의 평등,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반드시 위험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투자를 생각한다면, 새로운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화를 주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닥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너무나 단기적인 마인드죠.



3.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나 위험과 관련해, 유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변수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저는 두 가지라고 보는데요, 첫 번째는, 좀 거시적이긴 하지만, 북한의 기류 변화가 가장 큰 변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 30일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한 합의를 파기한다는 통보를 해왔는데요, 향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 권력 세습 과정 상의 여러 가지 불안 요소들 때문에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이 커질 겁니다.

만약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특히 중국이 깊숙하게 관여할 가능성이 있구요, 그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수는,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얼마나 확고하게 유지될 건가 하는 점이 되겠습니다. 많은 국가가 공조를 여러 차례 다짐하고 있긴 하지만, 보호주의 무역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에 대해서 미국 정부가 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그런 것이거든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세계화를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만약 그 때문에 공조가 약화되면 경제 위기의 회복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거나 경제 지표가 악화될 때마다 불안해졌다가 다시 안도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개인이나 기업, 정부가 대응하는 자세는 어때야 합니까?

무엇보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이나 기업, 정부도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데요, 사람들이 점집에 몰려드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서 하나의 정확한 수치를 얻어내려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거죠.

여러 기관들이 경제성장률과 같은 예측치를 쏟아내는 데요, 저는 그런 예측치를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한국은행이 2008년 경제성장률을 4.7%로 예측했고, KDI도 5%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2.5% 였거든요. 만일 그런 예측을 믿고 대비했다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겠죠. 예를 들어 KIKO(키코) 사태도, 정부의 환율 예측을 믿어서 생긴 결과 아닙니까?

따라서 저는 예측을 통해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5%니 6%니 하는 숫자 놀음보다, 차분하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게 먼접니다.



5. 큰 그림을 보면서 전반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야 된다. 유 대표께서는 그런 주장을 하고 계시고, 최근에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책도 내셨는데요. 시나리오를 갖고 있으면 뭐가 도움이 됩니까?

많은 분들이 시나리오를 미래 예측 기법의 하나로 생각하시는데요, 시나리오는 예측과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예측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다, 3%다, 라고 말할 때처럼 한 가지 숫자로 미래를 표현하는 것이지만요,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경제 상황의 여러 가지 경우를 이야기로 그려보는 것입니다.

시나리오가 도움이 되는 이유는요,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케이스를 두루 살펴보게 해서 전략의 실패를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예측에 기반해서 전략을 수립했다면 오직 한 가지 케이스만 가정을 했기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불확실성에 대처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각각의 시나리오 하에서 개인의 투자계획 하고, 기업의 전략, 그리고 정부의 정책이 과연 적합한지 검토할 수 있구요, 특정 시나리오가 현실화됐을 때 당황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 전략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미래는 속도가 중요한데,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남들보다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6. 시나리오를 통해 크게 성공을 거둔 예들이 있습니까? 기업들이나 혹은 개인, 나라 차원에서요.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석유회사인 쉘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요, 원래 5위권 정도 밖에 안 되는 회사였는데, 시나리오를 잘 세워서,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OPEC가 설립되기 이전에는 산유국이 아니라, 석유회사들이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OPEC가 설립되면서 힘의 균형이 산유국 쪽으로 넘어가고, 시장 판도가 변할 거라는 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해 냈습니다.

70년대 초에는 석유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석유회사들은, 유전개발 투자를 무조건 늘려 갔죠. 그런데 산유국이 힘을 갖게 되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오일쇼크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 회사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쉘은 미리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게 된 거죠.

우리나라 기업인 SK에너지도 좋은 사례인데요, 최근에 환율 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전략적으로 잘 대응을 해서요, 경쟁사는 손해를 봤지만 이익을 더 많이 냈다고 합니다. 예측에 기반해서 전략을 실행한 게 아니라, 시나리오를 세워 놓고 그에 따라 대비했기 때문이죠.



7.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요? 개인과 기업, 정부 차원에서 구분해서 설명해주시면 어떨까요?

먼저 개인들은요,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할 때 자신이 기대하는 정보만 보려는 습성에 주의해야 합니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그 회사가 잘 나갈 거라는 예측기사만 눈에 들어오고 그것 하고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서 투자 전략이나 인생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요즘 기업들이 상황이 어렵다 보니까,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한다고 하는데요,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전략을 갱신하는 것을, 시나리오 경영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경영은 장기적인 미래의 불확실성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지, 전략을 자주 바꾸는 게 아니거든요. 시나리오 경영의 의미를 올바르게 인식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까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토목과 건설과 같이 단기적인 해결책에 몰두하는 것 같은데요, 토목과 건설은 결코 성장동력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볼 때 미래의 성장동력은, 바이오, 환경, 에너지가 근간이 될 겁니다. 정부는 당장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해 그런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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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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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무선서비스 시장의 성공에 대한 6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그에 따른 대응전략을 담은 석사학위 논문입니다. (출처 : KAIST 김민균 님)
이 논문 역시 시나리오 플래닝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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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써서 무선 LAN 사업의 최적 전략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을 담은 석사학위 논문입니다. (출처 : KAIST 천강권 님)

시나리오가 사업전략 수립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파악하기에 좋은 논문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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