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이나 시나리오 경영에 관심이 높다. 위기경영의 일환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겠다는 기업도 많아졌다. 헌데 시나리오 플래닝을 긴축경영이나 컨틴전시 플래닝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 역시 많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간략한 예시로 설명 드리고자 한다.

뛰어난 수학자였던 파스칼은 내가 아는 한, 그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시도한 사람으로서 내
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초의 유명인이다. 그는 자신의 고민, 즉 신(하느님)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적용했다.

그가 어떤 전략(신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을 택해야 하는지의 정답은 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신이 존재할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지'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의 존재 여부가 그가 믿음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에 딸린 불확실성이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에 따라 2개의 시나리오를 세웠다. 첫번째는 '신이 존재'하는 시나리오고, 두번째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그렇다면 각 시나리오와 그의 전략(신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이 얼마나 적합한지 평가 내려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시나리오에 어떤 전략이 최적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표로 시나리오와 전략 간의 적합도를 평가하고자 했다.

   시나리오 1
 "신이 존재한다"
 시나리오 2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을 믿는다    
 신을 믿지 않는다    

이제 파스칼을 이 표를 놓고서 평가를 내리기 시작한다. "신이 존재하는 시나리오에서 신을 믿는다면 나에게 주어지는 가치는 얼마일까?" 그 가치는 천국에서 느끼는 기쁨과 행복이므로 무한대()라 생각했다. 반면 그 시나리오에서 신을 믿지 않는다면, 신을 부정한 죄로 지옥에서 모진 형벌을 받아야 하므로 마이너스 무한대(-)의 가치(?)를 얻으리라 판단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어떨까? 만일 신을 믿는다면 파스칼은 어떤 가치를 얻을까?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믿느라 교회나 성당을 다녀야 하는 '생고생'을 했으므로 그 가치는 마이너스일까? 아니면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고 교회나 성당을 다니면서 마음의 안식과 평온을 얻었으니 플러스일까?

그는 후자에 더 무게를 실은 판단을 내렸다. 그 가치의 크기를 100 정도로 가정하자(어느 정도로 해도 상관없다). 반면 그 시나리오 하에서 신을 믿지 않으면, 그가 얻거나 잃을 가치는 없으므로 가치의 크기는 0 이다.  

이렇게 평가가 끝나면 표는 다음과 같이 완성된다.

   시나리오 1
 "신이 존재한다"
 시나리오 2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을 믿는다                 100
   신을 믿지 않는다          -          0

이제 이 표의 결과를 보면서 파스칼은 그의 전략(신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을 선택해야 한다. 무슨 전략이 '나'의 가치를 최대로 보장할까? 따질것없이 바로 '신을 믿는' 전략이 최적이자 최고의 전략이다.

그는 이런 판단 하에 '신이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신을 믿겠다'라고 선언한다. 경제학적으로 신앙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 유명한 판단을 '파스칼의 추론'이라고 부른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이런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한다. 물론 중간에 여러 가지 단계가 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파스칼의 추론과 뼈대가 같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적의 전략을 택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는 측면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희망해 본다.

* 추신 : 이 글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이해를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무신론이나 기독교(신,구교 모두)와는 관련이 없음을 양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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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u 2009/05/23 0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딴지는 아니고요, 현실에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치명적 결과가 하나 있어서요. 실재로 존재한는 신과 믿는 신이 다를 때는 오히려 믿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들이 믿는 신은 야훼인데, 실재 존재하는 신은 알라인 경우, 그 반대인 경우. 혹은 실재로 존재하는 신은 야훼도 아니고 알라도 아닌 경우 등이 있을 수 있거든요. 실재 존재하는 신과 믿는 신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어떤 신도 믿지 않는 경우보다 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2. 피터 2009/09/16 0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나리오플래닝란 용어를 사용하기는 오래되었고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진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댓글을 다신분의 언급처럼, 시나리오플래닝의 프레임 워크보다는 입력으로 사용되는
    Scenario Space를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중요하죠. 사실 이 부분에서의 연구는 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Scenario Space 탐색 알고리즘이 Scenario Planning일터인데 엉뚱한 Scenario Space를 선정하여 입력하면 황당한 결과를 맞게되는거죠. 사실 Scenario Planning이 아직까지 확고한 토태가 없이 표류하면서 오늘날까지 온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름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은 무당의 신기가 필요한 영역일런지.. ㅎㅎㅎ

  3. 임형준 2011/12/18 1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와 같은 사고에 오류를 한 가지만 집겠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는 이 세상에 종교가 기독교밖에 없다는 가정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만일 성경이 아니라 코란이 진짜거나, 힌두교가 진짜거나, 혹은 불교가 진짜일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위와 같은 사고에는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을 포함해 수많은 가정을 두어야 하며, 또한 각각의 종교에 대해 변수를 같게 하지 않고 차이를 둘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 논법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까? 불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아마도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문제라서 그 모든 케이스를 다 대비해야 할 것만 같다.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시나리오들을 세워 놓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꼬리표 붙이듯이 달아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만 같다. 어떤 회사가 수천 가지의 시나리오를 세워 놓았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에서 권장하는 시나리오의 개수는 겨우(?) 4개 정도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과연 그 정도 개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냐며 반문한다.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이다.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불확실하고 중대한 변화동인(이를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핵심변화동인이라 한다)을 2개 찾아낸다는 말과 같다. 뭐라고, 겨우 2개? 미래 환경 변화를 이끄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은데 고작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시나리오를 세운다고? 여기서 많은 분들이 또 한번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신다.

나는 그럴 때마다 미래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요인(즉 핵심변화동인)은 2개 내외이고 나머지 요인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거나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에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2개의 핵심변화동인을 가지고 4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해도 충분한(또는 효율적인) 이유를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하자. 축구공이나 야구공같은 '구(球)'를 머리 속에 그려보며 사고실험을 해보자. 구는 어느 방향으로 봐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없다. 그래서 평평하고 매끄러운 바닥에 바운드되면 대략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 가능하다. '완벽한 구'라면 튈 때 그리는 궤적은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될 것이다. 여기서 완벽한 구의 궤적이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예측 가능한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낸다.

그런데 어떤 이유(예를 들어 거인이 밟고 지나가서) 때문인지 공의 어느 한 부분이 톡 튀어나왔다고 해보자. 평평한 바닥에 떨어뜨리면 구와는 다르게 불규칙적으로 바운드될 것이다.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면 톡 튀어나온 공이 바운드되며 그리는 궤적은 구보다는 복잡하고 그때그때마다 달라서 결코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만약 실험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궤적의 집합은 일정한 공간을 모두 지나갈 것이다. 이는 톡 튀어나온 부분, 즉 불확실한 변화동인이 하나만 존재해도 충분한 크기의 미래 환경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원래 튀어나온 부분과 정확히 반대쪽에 또 하나의 '톡 튀어나온 부분'이 생겼다고 하자. 럭비공의 모양을 떠올리면 된다. 바운드되는 럭비공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럭비공은 아까보다 더욱 예상 못하는 방향으로 튀기 때문에 실험 횟수를 조금만 반복해도 궤적의 집합이 금세 공간의 대부분을 채울 것이다.

그렇다면, 톡 튀어나온 부분이 3개라면 어떨까? 아마도 이런 모양의 공이 있다면 럭비공보다 더 불규칙한 궤적을 나타낼 거라 짐작된다. 그러나 톡 튀어나온 부분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의 차이만큼은 아니다. 톡 튀어나온 부분을 3개로 만들어 봤자 2개일 때의 궤적과 큰 차이가 없다.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궤적의 다양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핵심변화동인이 3개이면 모두 8개(2의 3제곱)의 시나리오 조합이 만들어지는데, 기억하기엔 너무 많아서 미래를 대비하는 데에 혼란만 야기한다. 그러므로 미래 환경의 대부분을 커버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비하려면 2개의 핵심변화동인과 4개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하다. 사실 4개의 시나리오도 많다고 하여 2~3개로 더욱 압축하기도 한다.

사례를 들어보자.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요인들을 생각해 보자. 많은 이들이 기업들(특히 다국적 거대기업)의 탐욕, 헤지펀드의 농간, 일부 CEO와 스포츠 스타의 천문학적인 수입, 신자유주의 광풍 등 여러 가지의 이유를 갖다대지만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수퍼 자본주의'는 결국 '신기술'의 출현과 확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향유하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시기에 벌어진 무기경쟁의 부산물이다. 따지고 보면 '냉전'이 요즘의 슈퍼 자본주의를 낳은 것이다(로버트 라이시의 견해).

이처럼 환경 변화를 이끄는 중대한 요인은 하나이거나 많아야 2개 정도다. 럭비공으로도 우리는 그 공을 잡으려는 친구를 충분히 골려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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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한가 2009/06/14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나리오플래닝 책을 조금전 다읽었습니다.

    혹시 부산이나 지방쪽에나 교육에 관한 정보가 있는가요?
    그리고 개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또한 사이버교육은요?

    궁금하고요..끝으로 블로그 댓글 달려니 티스토리가 나와서요
    혹 초대장이 있으시면 초대도 부탁드립니다.
    9999jang@hanmail.net

    • 유정식 2009/06/16 1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산이나 지방 쪽에 교육게획은 아직 없습니다. 차차 확장해 가려 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초대장 보내 드리니 즐거운 블로그 활동 하시기 바랍니다. ^^ (초대장 보내 드리니 이미 존재하는 이메일이라고 나오네요. 다른분에게서 이미 초대 받으셨나 봅니다.)

  2. 장용진 2009/08/06 1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늦었네요...고맙습니다.하옇든 지방이 교육기회가 없으니 부탁드립니다


(* 며칠 전에 김인식 감독과 관련해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해봤는데, 이번에도 재미삼아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사용해서 정동영씨의 출마 시나리오를 예상해 봤습니다. 피상적인 상황만을 가지고 그려본 것이므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이해를 목적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하 정동영씨) 이 어제 귀국했다. 전주 덕진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그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나 담판을 벌였지만, 양측의 입장 차만 재확인만 하고 소득 없이 회담은 결렬됐다. 민주당으로서는 그의 복귀를 막을 만한 카드가 딱히 없어서 고민이고, 정동영씨는 어떻게든 모당(母黨)의 공천을 받아야 정치적 재기가 순탄해지므로 역시 고민이다.

나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지만, 정동영씨가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정치 행보에 나설지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정치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의 고심과 입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지만, 외부로 드러난 의중을 통해 그의 출마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려면 먼저 '핵심이슈'를 정해야 한다. 만일 내가 정동영씨의 입장이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고민이 핵심이슈가 아닐까?

핵심이슈 : 나(정동영)는 민주당이 공천해주지 않는다 해도,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정치 재기를 위해 선거에 출마해야 하는가?

핵심이슈를 이것으로 정한 이유는 그의 출마 의지가 워낙 강해서 민주당의 공천을 못 받더라도 무소속이나 타당 소속으로라도 출마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릴 거라 추측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치적 재기를 꾀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이니 소속이나 출마 방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의 추측이 틀릴 수도 있다.)

정동영씨가 이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현재와 미래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찾아야 한다. 이를 핵심변화동인이라고 하는데, 나는 다음의 2가지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불확실한(어떻게 될지 모르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핵심변화동인 1 : 지역구 민심
      --
>  당 정체성을 선호할 것인가, 아니면 정동영 개인을 선호할 것인가?

핵심변화동인 2 : 지지세력 결집 가능성
     
-->  높을 것인가, 아니면 낮을 것인가?

만일 정동영씨가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민주당 후보와 경쟁을 하게 되는데, 이때 지역구 주민들은 민주당이라는 타이틀을 선택할 수도 있고, 정동영이라는 브랜드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지난 총선 때 정동영씨가 고향의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동작구를 선택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민심이 정동영을 이미 떠났는지 모를 일이다. 고향에서 출마하더라도 낙선의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동영씨 입장에서는 지역구 주민들의 민심이 불확실성이 큰 요소로 보인다.

또한 지지세력의 결집 가능성도 중요하고도 불확실한 요소다. 난 국회의원 당선은 정치 재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라도 생각한다. 그의 최종목표는 당선하든 낙선하든 지지기반을 재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선하면 지지세력 결집이 용이해서 재기의 8부 능선을 쉽사리 오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낙선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낙선 후에 지지세력이 잘 결집만 된다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2개의 핵심변화동인으로 4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No.     시나리오명    지역구 민심 지지세력 결집 가능성 
          1     '당 선호 - 高지지'     민주당 선호         높다
          2     '당 선호 - 低지지'     민주당 선호         낮다
          3     '鄭 선호 - 高지지'     정동영 선호         높다
          4     '鄭 선호 - 低지지'     정동영 선호         낮다

이 4개의 시나리오에 대해 정동영씨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위의 핵심이슈에서 민주당 공천을 못 받는 상황을 전제했으므로, 다음과 같은 2가지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른 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전략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기각했다.

    전략 1 : 불출마 
    전략 2 : 무소속 출마

정동영씨는 이 2개의 전략이 각각 어떤 시나리오일 때 가장 적합한지를 평가해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그냥 별 생각없이 결정내릴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시나리오들과 전략들 간의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먼저 '적합도 판단기준'를 결정해야 한다. 즉, 어떤 기준으로 전략의 적합성을 평가할 것이냐를 정해야 한다. 다음의 3가지가 내가 도출한 적합도 판단기준들이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당선 가능성
적합도 판단기준 2 : 당선 후 재기 기반 확보 가능성
적합도 판단기준 3 : 패배 후(또는 불출마시) 재기 기반 확보 가능성

정동영씨는 과연 위에서 정한 2개의 전략 중에 무엇을 택할까?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동영씨가 불출마하길 강력하게 희망하겠지만,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2개의 전략을 적합도 판단기준들로 다음과 같이 평가해 보았다(물론 다른 사람이 평가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당선 가능성'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불출마      전략 2 : 무소속 출마
        '당 선호 - 高지지'                1               1
        '당 선호 - 低지지'                1               1
        '鄭 선호 - 高지지'                1               3
        '鄭 선호 - 低지지'                1               3
                      합계                4            8
( 1 : 적합하지 않다/관련 없다    2: 적합한 편이다    3: 아주 적합하다)

적합도 판단기준 2 : '당선 후 재기 기반 확보 가능성'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불출마      전략 2 : 무소속 출마
        '당 선호 - 高지지'                1               2
        '당 선호 - 低지지'                1               2
        '鄭 선호 - 高지지'                1               3
        '鄭 선호 - 低지지'                1               3
                      합계                4            10
( 1 : 적합하지 않다/관련 없다    2: 적합한 편이다    3: 아주 적합하다)

적합도 판단기준 3 : '패배(또는 불출마)후 재기 기반 확보 가능성'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불출마      전략 2 : 무소속 출마
        '당 선호 - 高지지'                3               2
        '당 선호 - 低지지'                2               1
        '鄭 선호 - 高지지'                3               3
        '鄭 선호 - 低지지'                2               2
                      합계                10            8
( 1 : 적합하지 않다/관련 없다    2: 적합한 편이다    3: 아주 적합하다)


각 표의 합계 점수를 합산해 보면, '무소속 출마'가 가장 최고의 전략인 것으로 나타난다. 즉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서 판단했을 때, 정동영씨는 공천을 못 받았을 경우에 불출마하기보다는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무소속 출마가 절대적으로 '좋은 전략'은 아니다. 위의 표를 보면 몇몇 시나리오에 대해서 무소속 출마가 적합하지 않은 것(1점)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적합도 판단기준 3의 표를 보면 불출마가 무소속 출마보다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재기 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2번째 시나리에오 대해 1점인 부분)이 있으니 포기하라는 민주당의 논리를 설명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적합도 판단기준들 중 어느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적합도 판단기준이 등장하면 역시 의사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 정동영씨가 이 표를 들여다 본다면, 당선 여부에 관심이 더 클 것이므로 아마도 적합도 판단기준 1과 2의 표에만 관심을 둘 것 같다(누구나 이기는 걸 좋아하니까). 민주당은 적합도 판단기준 3을 강조하며 정동영씨의 소매자락을 붙잡겠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시나리오 플래닝이 지양해야 할 부분이지만, (재미삼아) 정동영씨의 선택을 예측해 본다. 그는 민주당을 설득해서 공천을 받아내려고 노력할 것이고, 만일 그게 실패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디까지나 재미삼아 시나리오 플래닝의 결과로 예측해 본 것이고, 예측이란 항상 빗나갈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너무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 정치와 정치인들은 워낙에 매우 불확실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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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재미삼아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사용해서 일본과의 경기 전략을 예상한 사례입니다. 예상 시점은 경기 시작 전인 3월 20일 오전입니다. 저의 야구지식이 일천하니 이 글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이해를 목적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알다시피 지난 3월 20일(금),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제2라운드 순위 결정전이 있었다. 일본과 벌써 4번째 격돌하는 거라서 '또 일본이야?'라는 식상함 때문에, 또 이미 4강 진출이 확정됐기 때문에 경기를 보는 흥미가 이전 경기 만큼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져도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일본의 코를 한번 더 납작하게 해 놓고 준결승전에 나가기를 많은 국민들이 은근히 바랬을 거다. 이왕이면 이기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진행되는 모 회사의 워크샵(시나리오 플래닝) 때문에 중계방송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장소라서 휴식 시간마다 인터넷으로 득점 상황을 체크하면서 경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워크샵 참여자들도 각자 요령껏 접속해보는 모양이었으나, 내가 그들에게 힘든(?) 워크샵 과제를 부여한 터라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날 내가 진행해야 했던 워크샵 주제가 시나리오 플래닝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워크샵 장소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김인식 감독이 고민했을 시나리오를 생각해 봤다. '과연 그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지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이기면 조1위가 되어 미국과, 지면 조2위가 되어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러야 한다. 두 팀 모두 메이저 리거가 주축이라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진 팀이다. 김인식 감독은 둘 중 어떤 팀을 선택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4강 진출이 확정된 터라 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순위결정전에서 패해도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일본과의 경기인데다가,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일부러 지는 전략'을 구사하다가 자칫 콜드게임으로 대패하는 상황이 또 연출될 경우에 국민들로부터 사정없는 지탄을 받아야 하고 준결승전을 임하는 선수들의 사기도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더라도 '잘 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김인식 감독이라면 어떻게 풀어갈까?

나는 자연스레 시나리오 플래닝의 맨 처음 단계인 '핵심이슈 선정'으로 생각을 전개했다. '그래, 맨 먼저 핵심이슈를 찾아야 해. 다시 말해, 이 시점(일본과 경기를 치르기 전)에 김 감독의 머리 속을 가장 고민스럽게 만드는 질문은 무엇일까? 맞아! 핵심이슈는 바로 이거야!'

핵심이슈 : 준결승전을 승리하기 위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결정전을 이겨야 할까, 져야 할까?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찾아내서 시나리오들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미래에 펼쳐질 여러 상황들을 감안함으로써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김인식 감독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불확실성'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두 팀의 전력을 불확실성이 큰 요인들로 판단했다. 물론 두 팀은 메이저 리거가 즐비한 팀이라서 객관적인 전력이 막강한 것이 확실하나, 단기전의 특성상 투수력과 수비력으로 경기 결과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우리 팀에 대한 '그들의 상대적인 전력'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그날의 전력은 '붙어봐야' 알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서 다음과 같이 두 팀의 전력을 핵심변화동인(불확실성이 매우 큰 요소)으로 선정한 후에, 4개의 시나리오를 머리 속으로 그려봤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만원 지하철의 고통을 덜 수 있었다. 여기서 '전력'이란 우리나라 팀과의 상대적인 '그날의 전력'을 의미하니 오해 없기 바란다.

    시나리오 No.     시나리오명    베네수엘라 전력    미국 전력 
          1     '강베 강미'     강하다     강하다
          2     '강베 약미'     강하다     약하다
          3     '약베 강미'     약하다     강하다
          4     '역베 약미'     약하다     약하다

이 4개의 시나리오에 대해 김인식 감독이 택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은 무수히 많겠지만, 결국 2가지로 귀결된다. 즉, 일본에 '이기는 전략'과 '지는 전략'이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 즉, '미국과 준결승을 치르기'
전략 2 : 일본에 '지기'    =  즉,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르기'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시나리오들과 전략들과의 적합성을 판단해서 '최고의 전략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 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적합도 판단기준'를 결정해야 한다. 즉, 어떤 기준으로 전략의 적합성을 평가할 것이냐를 정해놔야 한다.

만원 지하철에서 나는 가까스로(?) 다음과 같은 적합도 판단기준 2개를 생각해 냈다. 김인식 감독이 명감독이라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 결정전에 임하면서 준결승전 뿐만 아니라 결승전도 염두에 둔 전략을 구사할 거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투수력을 판단기준으로 본 이유는 WBC의 이상한 '투구수 규정' 때문에 팀의 투수력을 얼마나 알뜰하게 관리하느냐가 승리요소이기 때문이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준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적합도 판단기준 2 : '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이제 위에서 정한 2개의 전략 중에 어떤 것이 최고의 전략인지 평가 내릴 시간이다.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이라 필기를 할 수 없었던 탓에, (죄송하지만) 앞사람의 뒷통수를 가상의 엑셀 시트라 생각하고 암산하기 시작했다. 암산이 젬병이라서 상상 속에서 그 분의 뒷통수를 지우고 또 지워야 했다. 평가 점수는 평가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준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미국과 준결승)
     전략 2 : 일본에 지기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강베 강미'                1               2
        '강베 약미'                2               1
        '약베 강미'                1               2
        '역베 약미'                1               2
                      합계                5               7
( 1 : 적합하지 않다   2: 그저 그렇다    3: 적합하다)

적합도 판단기준 2 : '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미국과 준결승)
     전략 2 : 일본에 지기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강베 강미'                1               3
       '강베 약미'                3               1
       '약베 강미'                1               3
       '약베 약미'                1               3
                      합계                6               10
( 1 : 적합하지 않다   2: 그저 그렇다    3: 적합하다)

가까스로 계산을 마치고 나니 위의 표처럼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지는' 전략이 가장 최적의 전략으로 나타났다(합계 점수가 높은 쪽이 최적 전략임).

'정말로 지는 전략을 구사할까?' 워크샵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리고 일본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김인식 감독이 어떤 전략을 택할지 확인하고 싶어서 사실 좀이 쑤셨다.

내 예상대로 김인식 감독은 정말로 '지는 전략'을 초반부터 구사했다. 선발투수로 장원삼 선수를 기용하고 경기경험을 쌓도록 그동안 뛰지 못했던 타자들을 기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심타자들만은 기존 멤버를 유지함으로써 허무하게 지지 않고 '잘 지도록' 타순을 짰다.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으로 볼 때,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이 대단히 빛나는 대목이다. 결과론이지만, 김인식 감독이 베네수엘라를 준결승 상대로 선택함으로써 생각보다 쉽게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으니 말이다.

과연 김인식 감독과 코치진이 이런 과정(시나리오 플래닝)을 거쳐 일본과의 경기에서 '잘 지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준결승 상대로 베네수엘라를 '선택'했을까?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인식 감독이니, 이렇게 계량적이고 좀 복잡한 과정보다는 직감(Gut Feeling)으로 전략을 구사했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들을 고려하면 전략의 실패가능성을 줄이고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교훈을 김인식 감독이 (본인이 비록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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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벗님 2009/03/24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현재 시나리오 플래닝을 읽고 있습니다. 상당히 쉽게 잘 읽히고 편안한 문장들이라서 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괜찮은 전략서를 얻은 것 같아 기분 좋게 정독하고 있답니다. ^^

    고운 하루 되세요. ^_^

    • 인퓨처컨설팅 2009/03/24 2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업무하실 때(혹은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궁금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질문 남겨 주세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도구로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으면 무척 당혹스럽다

"앞으로 우리 회사나 산업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내가 OO에 집을 사려는데, 괜찮을 거 같아? 시나리오 플래닝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당황스럽지만 자주 듣는 질문이긴 하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미래를 예견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미래학(未來學)과 동일시하기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결코 미래학(Futurology)이 아니다.

엘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와 같은 미래학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일반인들은 미래학을 친근하게 받아들였다.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나 '권력 이동'과 같은 책이 나왔을 때 우리는 얼마나 열광했던가!

미래학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과거 또는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 모델을 제공하는 학문 
(출처 : 두산백과사전)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학은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불안하게 생각하는 미래를 확실한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행동이나 판단에 기여하기 위한 학문이다.

미래학이 이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작은 요소, 즉 '트렌드'를 발굴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헌 연구, 전문가 인터뷰, 데이터 분석 등의 스킬을 동원해서 미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변하지 않는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낸다. 미래엔 지식노동자들이 대접 받을 거라든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될 거라든지 등이 미래학의 아웃풋들이다.

이와는 달리,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둔다. 왜냐하면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을 하면서 불확실성이 매우 작은 요소(즉, 트렌드)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될 수도 저렇게 될 수도 있는(즉,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관심의 대상이다. 애당초 시나리오 플래닝은 확실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한 기법이 아니다.

대신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우리의 미래가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펼쳐질 수 있음을 제시한다. 미래학자들은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만 상정하지만(실제로 현실화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은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동일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미래학자들의 저작에서처럼 확언하듯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들에 대비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이고 가치다.

정리하면, 미래학은 트렌드에 집중하고, 반면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에 집중한다. 따라서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래학과 통하는 면이 있지만 결코 동일한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로 소개되는 피터 슈워츠가 미래학자로 불리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의 예견이 딱 들어맞은 게 아니라, 그가 만든 여러 시나리오들 중에 하나가 적중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를 미래 예측의 대가로 여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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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리서치 센터에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의미... 정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아래의 링크를 누르면 문제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http://media.miraeasset.com/media.contents.servlet.MediaSvt?mode=view&media_idx=2068&code=iin&inpath=mail  (출처 : 미래에셋미디어)

이 동영상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관련 내용이 나오는 부분은 19분 30초 되는 시간부터다. 슬라이드를 조정해서 보기 바란다. 여러 번 되풀이해서 들어봤는데, 그때마다 어깨에 힘이 빠지고 실소가 난다.

아래의 그림은 동영상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설명하는 화면을 캡쳐한 것이다. 처음 보는 희귀한 정의다!

(출처 :미래에셋미디어)



경제 위기를 틈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정보가 활개를 치니, 시나리오 플래닝을 주업으로 하는 자로서 허탈함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그런 사이비 정보들이 불안에 떠는 일반인들의 눈과 귀를 더 멀게 할 것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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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보면 여기저기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경영의 방향을 수시로 점검하겠다' 라든지, '시나리오 경영으로 위기를 타개하자'라는 글을 종종 접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문으로 하는 나로서는 그와 같은 기사가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이제 예측 관행을 버리고 드디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 회사들이 과연 어떻게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전략을 수립했는지 알아보려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해보면, 하나같이 이런 대답이 들려온다. '금시초문인데' 라든가, '그냥 선언적인 이야기일 뿐이야'고 말이다. CEO 혼자만의 아이디어이거나,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 넣으려고 시나리오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애석한 일이다.

그 중 더욱 애석한 대답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긴축경영과 동의어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전략을 별도로 마련하여 대응하는 게 시나리오 플래닝의 본래 의미다. 헌데, 비용을 감축하고 인력을 줄이며 계획했던 투자안을 일단 보류부터 하고 난 다음에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자는 뜻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나 시나리오 경영을 언급한다.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찬바람을 피하려고 몸을 움추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컨틴전시 플래닝을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컨틴전시 플래닝은 매우 중대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하는 과정이다. 반면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이 큰 환경변수들이 미래에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를 '그리는' 과정이다. 모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법이라서 언뜻 보면 비슷한 듯 하지만, 사고의 전개가 매우 다르다.

컨틴전시 플래닝은 위급한 상황(이를 와일드 카드라고 한다)이 발생하고 난 후의 처리/대처방안에 무게중심을 두는 과정인데 반해, 시나리오 플래닝은 현재에서 미래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펼쳐질 여러가지 상황(이를 시나리오라고 한다)을 그려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예컨데,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하는 과정이 컨틴전시 플래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에서는 공장의 화재도 불확실성을 내포한 하나의 변수로 간주될 뿐이다.

삼성전자가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지만, 이 또한 시나리오 플래닝이나 시나리오 경영과는 무관하다. 그런 것은 그냥 '단기 롤링 플랜'이라고 이름 지어도 된다. 거창하게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5년 정도의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조직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다른다. 짧게 잡아도 2~3년 후의 미래를 상정한다. 3~6개월의 단기적인 이슈는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에서는 매순간 변하는 주가 그래프에 불과하다.

그처럼 단기적인 이슈에 매몰되면 미국식 성과주의의 폐해인 단기적 마인드의 경영 관행이 해소되지 못하고 고질병으로 고착됨을 주의해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발을 휘젓다가 불똥이 초가 삼간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고 말하는데, 문장 속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남들이 허겁지겁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할 때, 차분하게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에게만 위기는 기회가 된다. 단기적인 위험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정리해 보자.

시나리오 플래닝 ≠ 긴축경영
시나리오 플래닝 ≠ 컨틴전시 플래닝
시나리오 플래닝 ≠ 단기 롤링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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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책의 12장인 '시나리오 리스크 측정하기'의 내용을 보면, 시나리오별 상대적 리스크(절대적 리스크가 아님)를 편하게 측정/비교하려면, Excel로 자동 계산되도록 만들어 놓으면 편리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독자 여러분이 만들어 쓰는 수고를 덜어 드리기 위해 제가 Excel로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 리스크 측정 모델'을 첨부파일로 올려 드리니, 많은 참고가 되기 바랍니다.

자료의 사용법은 책의 내용을 참고하시고, 자료의 저작권은 인퓨처컨설팅에 있으므로, 배포할 때 꼭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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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 2009/03/03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도움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한번 해봐야겠죠!..^^

  2. 김덕진 2009/05/09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제가 수행했던 여러 프로젝트 중에도 시나플래닝 기법에 팀원으로
    참여했을 때 기억도 나고요... 많은 도움 감사합니다.

'책 참고자료' 게시판에는 출간될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보충 자료를 올려 놓을 예정입니다.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도 함께 올릴 겁니다.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는 분들은 본 게시판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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